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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선 91호 지상법어 --- 등불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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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4-11 11:08 조회4,9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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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공양

법안 / 주지스님

여의도 윤정로에 벚꽃이 막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입니다. 며칠 만에 시내를 한번 나가보면 길가에 피어있는 개나리와 진달래를 볼 수 있습니다. 가정집 뒤뜰에 피고 있는 하얀 목련은 들뜬 마음을 크고 환하게 해줍니다. 그러나 삼각산 자락에 위치한 금선사는 아직 만개한 봄꽃구경하기가 어렵습니다. 양지가 아닌 음지라서 그런가 봅니다. 간혹 양지바른 곳에 피어있는 진달래꽃이 아직은 동무 없이 호젓하게 피어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늦을 바에야 부처님오신날 쯤 벚꽃이 만개하기를 기대해봅니다.

산은 계절 따라 옷을 갈아입기 때문에 산에 사는 것이 지루하거나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계절 바뀌는 것을 눈으로 보면서도 자연과 풍광만을 마주하기 때문에 정작 세월 가는 것을 못 느낍니다. 마치 신선노름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석가세존은 참으로 복혜를 구족하신 지존임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해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 준비를 하면서 항상 이 생각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이 화사한 봄날 싱그러움을 내뿜는 계절에 태어나셨고, 무명업식에 가려있는 만 생명들의 어두운 마음을 향해 수 천 년 동안 지혜의 등불을 밝혀주시고 계시니 부처님의 복과 지혜를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며칠 전 기독교재단 대학에서 “종교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바람직한 미래의 모색”이라는 취지의 내용으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국불교에 대해서 늘 아쉬운 점을 많이 갖고 있는 터라 주어진 시간보다 30분 이상을 더 썼습니다. 평소 불교종단과 기독교에 대한 나의 생각을 많은 부분에 걸쳐 얘기 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종단 내부에서 이런 토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한국불교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과연 불교종단은 사회적 영향력만큼 국민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걸까. 불교로 인해 세상이 나아지고 있는 것인가?

그날 어떤 학생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한국불교가 미래에까지 존속할 수 있습니까? 순간 매우 당혹스러웠습니다, 이 학생만의 생각이 아닐 것입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해 전국방방곡곡에 등불공양을 올립니다. 그 등불이 우리들 마음의 등불이 되고 불교교단이 사회적 책임과 그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발원의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착한 마음의 정성으로 밝혀진 원력의 등불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더욱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사회의 그늘지고 소외된 모든 이웃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자유와 평화가 돈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어리석고 무지한 국정철학을 갖고 있는 위정자들이 세상을 중도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지혜의 등불 이 되였으면 좋겠습니다. 유마경에서는 국토가 청정한 것 같이 중생 또한 청정하며 중생이 청정한 것같이 자신의 마음도 청정하다고 하였습니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우리들의 모든 벗들이 부처님의 자비광명이 함께하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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